산행 후기

#산에서 내려와서 하는 이야기산행 후기 전편 (2010- 2018)

8 / 3 / 2022 수요일, John Muir Trail / Mammoth ~ Tuolumne Medows / 첫째 날 (글쓴이: 무타)

Author
진선미 진선미
Date
2023-01-24 22:02
Views
762
글쓴이 : 무타

[ 여기는 Mammoth ]

어제 밤 늦게 도착해서
버스 승강장 옆에 있는 마운틴 인에서 묵었다. 
잠을 잘 자서인지 몸이 가뿐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Devils Postpile 트레일 헤드에 하차해서 점검을 끝내니 9시. 
이번 JMT 6박7일의  중간 쉼터이자 나의 목적지, Tuolumne Medows를 향해
자, 출발이다. 

[ 동반자 ]

먼저 일행을 살펴보자.
이번 팀을 꾸리기까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같이 가기로 한 산행 대장님이  코로나에 감염되는 바람에
긴팔로 회장님이 긴급 투입되었다.
전반 구간에 나와 산토끼, 그러니까 남 여, 둘만  남은 애매한 상황에서
긴팔로 회장님이 후반 구간만 가기로 한 당초의 계획을 접고
모든 구간 동참하기로 기꺼이 마음을 내신 것이다.
상황이 어찌 되던지 (설사 둘이 되더라도) '나는 간다', 로 내심 마음 먹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셋이 가게 되고 보니
모양도 그렇고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젊어서 백패킹을 많이 했다지만 JMT트레킹은 처음인 산토끼,
3년간 JMT를 완주하고 이 구간은 두번째인 긴팔로,
5년 참여에 이 구간만 세번 째 밟는 나, 무타.
이렇게 셋이 3박4일 전반을 함께 하고
Tuolumne Meadow부터는 내가 빠지는 대신에 캔디 부부가 합류해서
Yosemite N P까지의 나머지 구간을 마치기로
팀 정리가 되었다.

[ 빠른 진도 ]

미리 출발지에 와서 하룻 밤을 잔데다 일행도 단촐하고 날씨도 좋아서
전에 비해 중간 예정지에 한 두 시간씩 일찍 도착한다.
보통은 나무다리 계곡에 점심께 당도할 텐데  헌 시간 반 만에 당도했다.
가뭄으로 물 양이  준 것 빼고는 주변 풍광은 의구하다.
Rosalie Lake에는 늦은 점심께 도착했다.
예년 같으면 이 곳에서 첫 날 밤을 자겠지만
오늘은 당연히 가는 데 까지 갈 것이다.
하늘은 맑다. 
일기예보대로 이런 하늘에 과연 비가 올까?

[ 마른 하늘 날벼락 ]

‘설마 이런 날씨에 비가 오겄어? ‘
‘ 온다 한들 얼마나 많이 오겄어?’
워낙 당일 아침에 챙겨서 길 떠나는 타입이라
설사 준비물이 한 두 개 빠지더라도 개의치 않고 현지에서 닥치는대로 해결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막판에야 짐을 꾸리면서
비 일기예보는 크게 고려하지 않었다.

그런데 옴마야..
마른 하늘에 갑자기 우르릉 쾅쾅…
어느 지점이냐 하면,
그 Agnew 트레일 헤드에서 Ediza Lake 가는 길이 만나는 곳에서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우루루 꽝꽝!!  두 세 번 하더니
옴마야…
비가 비가, 흙탕물이 되고 쭈루룩 흘러서
여기 저기에 금새 없던 물길이 생긴다.
‘아이고 뭐 땜시 이렇게 대비할 틈도 안주시면서 혼 내신다냐…’

다들 동작 그만.
나는 등 굽은 나무 밑으로 들어가 비 들이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두 분도 각자 알아서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기를 한참,  비가 조금  잦아지길래 나가서
셋이 상봉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이제 시간은 아마  2시30에서 3시 정도 되었을 것이다.

30분 정도 걸었을까.
전에 와 본 기억으로는
곧 Ediza Lake 가는 길 왼쪽으로
큰 계곡과 독야청청 큰 소나무가 버티고 있는
오르막 돌계단이 나오겠지,
생각하는 참인데
이번에는 웬 우박이 쏴 쏴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땅을 하얗게 덮는다.
우박 쏟아지는 소리는 분명 빗소리와 다르다.
뚝뚝뚝이 아니다.
일테면, 쏴쏴 싸르르, 사각사각 쯤.
쓰러진 나무를 의지해서 판초로 케노피 지붕을 치고
셋이서 각을 잡고 가장자리에 앉았다. 
언제까지 일까, 기약이 없다. 
서로의 말도 잘 안들린다.
나는
“오메 장난 아닌디!”
“ 오메 징하네!!”를
적어도 다섯 번은 내뱉은 거  같다.
그렇게 30분이 지나니 비로소 밖이 잔잔해진다.

  오늘은  이만 접고 텐트 칠 자리나 찾기로 의논하고
내가 생각한 지점을 향해 열 발자국 옮기다가
다시 옴마야!!
멀쩡했던 트레일이 도랑이 되고  도랑은 이미 계곡이 되었다.
급작스레 생긴 물길로 흙탕물이 우렁차게 흐른다.
가다가 자빠지는 거를 각오하면 어떻게던 가기야 가겠지만
그나마 아직은 괜찮은 등산화며 옷이며
다 젖어서 저체온증이 심각해 질 수도 있겠다.
가던 길을 접고 오던 곳으로 후퇴하기로 한다 .

[ 건축 & 토목 공사 ]

텐트 자리로는 썩 마땅치 않지만 물이 잘 빠질만 하고
나무들이 어느정도는 비를 가려줄 거 같은 장소를 간신히 찾았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보다는 센 정도로 뒤끝 있게 내린다.
이런 와중에도 더딜 망정 무사하게 보금자리를 잡은 셈이다.
워낙 서둘러 텐트를 친 탓에 아직도 해가 두 시간 이상 남았다.
둘러보니 여기저기  젖기도 했지만
그래도 큰 수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내 집(?)이 맨 위라 어서 기운을 내서 물길을 내야 한다.
아래 산토끼와  긴팔로 선배 집으로 물이 못 들어가게 
땅을 파고 또 파서 둑을 만든다. 
물에 젖은 흙이라 쉽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그리 어렵지도 않다.
배수로 공사를 마치고 나니 좀 안심이 되면서 만족스럽다.

각자 챙겨서 저녁을  먹고 옆 계곡에서 설거지랑 양치질도 하고
산보도 하면서 곰통을 옮기고 나니
산동네에 첫 밤이 스며든다.
“산토끼!”
별 일 없는 지 한 번 묻고는
“굿 나잇!”
까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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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5 21:41

    무겁거나 말거나 한국에서 공수해온 어머니표 김치를 통크게도 충분히 가져와 나누어주신 김치찌개가 환상이었습니다. 그 맛이 한기 도는 속을 풀어주고 잠시 행복한 것 같은 환상까지 불러왔던 것 같아요. 비 속에서 텐트 수리를 한참 하시던데 어느새 김치찌개까지 끓이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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