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산에서 내려와서 하는 이야기산행 후기 전편 (2010- 2018)

8/4/2022 목요일, JMT 둘째 날 ( 글쓴이: 무타 )

Author
진선미 진선미
Date
2023-01-24 23:10
Views
624
(글쓴이 : 무타)

<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계곡 >

아마  6시 30분 정도 됐을 것이다.
눈이 떠져서 일어나 보니
첩첩산중 아침 기운이
유독 상쾌하고 몸이 가뿐하다.
조반 지을 물도 좀 기르고
곰통도 챙기러 계곡으로 갔더니 옴마야...
물에 싹쓸이 당한 흔적만 있지
밤새 계곡이 없어졌다.
참 빠르기도 하여라!
기골차게 흐르던 그 많은 물이
밤 사이 인사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산의 변화무쌍함 앞에는 참 하릴없다.
사라지지 않게끔 간 밤
우리 셋을 알뜰하게 거두어 준
장엄 대 자연 앞에
새삼 땡큐!한 아침이다.

한편.
오늘 좋은 날씨를 예고라도 하듯
여기저기에서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른다.
어제 지은 첫 집을 해체하고
행장을 꾸려서 길을 나선다. 
7시50분.


< 날씨 맑음 >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하늘은 더 없이 청명하고 맑다. 
사방이 fine, 마냥 좋다.

어제 생각보다 행군 진도를 많이 뺀 덕분에
그대로 간다면
오늘은 Thousand Island Lake을 지나서 잘 것 같다.
일정이 빡빡하지 않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오른쪽 John Muir Trail 로 들어서 올곧이 얼마 가지 않아서
독일 여’전사’ 둘을 다시 만났다. 
어제 빗 속에 마주쳤던, 위풍당당 체격 좋은 그녀들이다.
생사고락을 같이 한 전우라도 된 듯 반갑다.
어제 악천후 고생 끝에 어찌어찌 살아 남은 무용담을 나누자니
살가운 감정마저 든다. 
짧은 해후 끝에 우리는 다시 길 머리를 잡고 오르고 또 오른다.

< 어떤 routine >

‘ 오메 여기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얼매나 심들까이...’
생각하며 스위치백을 수 없이 돌고 돌아
패스를 내려오니 Garnet Lake이다.
여기에 올 때면 내가 항상 하는 퍼포먼스가 있다.
뒤에 설경을 배경으로
물이 빠져 나가는 출구 쪽에서 호수에 빠져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 어제 젖었던 옷이랑  텐트 등을 말리는 일도 잊지 않았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하늘을 본다.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지 않다.
내 촉을 믿고 안심하기로 한다.

< 퍼밋 좀 보자는 레인저 >

이렇게 저렇게 Thousannd Island Lake에 당도하니
레인저들이 길들을 보수 하고 있다.
이런 분들의 수고가 있으니 우리가 편하게 산행을 한다.
그런데 그들 중 한 이가 우리를 보더니 퍼밋을 보자고 한다.
고마운 마음이 싹 가신다.
아니 우리가 퍼밋 없이 올 사람들로 보이나, 싶고
아니라 해도
비를 뚫고 이 깊은 데까지 걸어 들어 온 우리의 열정에
응원은 못할 망정 검사할 거 까지는 없지 않는가 말이다. ㅎㅎ

산토끼로서는 첫 JMT  트레킹인지라 
이름 있는 여기에서 뷰 좋은 자리를 찾아 묵게할까 잠시 주저 하다가
너무 이르기도 하고 가뭄으로 호수 물이 준 만큼 감동도 줄어서
지나쳐 더 가보기로 한다.
대신에
전에 주로 텐트 쳤던 곳은 저 호수를 따라 1마일정도 들어가면 산 위에 있어요, 라고
일러주는 친절만은 잊지 않았다.

물에 빠진 천 개의 섬들을
발치에 버려 두고 오르자니
펼쳐지는 경치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오늘은 어디에서 묵을지,
마땅한 새 집 터가 과연 있기나 할런지,
잔 생각들이 발부리에 치인다.

< 종일 비 >

어제 느닷없이 우박 세례 맞은 경험도 있고 해서 오늘은 속지 않기로 한다.
‘아무리 하늘이 맑아도 어느 곳엔가 먹구름이 숨어 있는 것 내가 모를 줄 아나'
내심 하늘을 살펴보면서 가는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패스를 지나면서부터 저 먼 하늘에 검은 그림자가 싸악 드리운다.
여기 까지 오려면 얼추 한 시간?  가늠하면서 내가 앞장을 서고
산토끼 긴팔로가 잰 발로 뒤를 따른다.
좌우로  호수들을 지나자니
천둥을 앞세우고
먹구름이 기세좋게 달려온다.
마음이 급해진다.
얼른 사이트를 찾자.

패스를 10여분 지났을까,
급기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우리 머리 위를 덮었다.
뒷 팀은 안보이고, 우리는 잡혔다.
예고하듯이 천둥번개가 20번 정도 천지사방에 내리치더니만
더 이상 이쪽 사정을 못기다리겠다는 듯이
순식간에 비가,  장대비로 쏟아진다.
평평한 길 바로 옆에 급히 텐트를 쳤다.
허겁지겁 세 채의 텐트가 옹색하게 들어앉았다.

< 홍수 주의보. 수재민 >

그렇게 어렵사리 지은 집인데,
안에 들어가자 마자 아뿔싸, 
바닥이 물로 벙벙해 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출렁출렁 물이 고이면서 물바다가 되었다.
텐트 상단으로 모든 짐을 옳기고 중앙 바닥을 비우니
그 쪽부터 계속 물이 불어나 찬다.
아 대략난감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가.
급한 김에 나가서 삽으로 텐트 입구쪽에서 아래 쪽으로 물길을 내니
금새 도랑이 생기면서  텐트 밑으로 수맥이 흐른다.
집터가 그렇다 보니
도랑을 더 크게 파 본들 안이 벙벙하고
습기가 쉴새 없이 올라온다.
손 갈 일이 너무 많다.
서로 비좁게 텐트를  쳤지만 빗소리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토목 일을 많이 해서인지 눈치 없이 배는 고파 오고
그렇다고 비가 금새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물꼬를 확인하면서 간편식 라면을 끓여서 먹고
그 도랑물에 설거지를 했다 .
수상가옥이 오늘의 내 집 신세일랑가.
이렇게 두시간 정도 지났나?
우리가 텐트 친 시간이 3:30분경이니
지금은 겨우 5시 내지 5시 반 되겠다.
이제 비가 많이 가늘어 졌다.

밖으로 나가서 산토끼 긴팔로님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면서 텐트 사이트를 둘러보니
"이거시 머시여! "
참 가관이다.
서두르느라
트레일로부터 흙탕물이 빠져 나가라고
돌로 막아놓은 그 바로 옆,
딱 배수로에 텐트를 친 것이다.
살펴 보니 더 가관이다. 
두 군데서 지하수까지 솟아 나오고 있다.
그러니 물 침대에 습기 제대로일 수 밖에.

다행히 바로 옆에서 경치도 좋고
고슬 고슬하면서도 평평한 사이트를
금방 찾았다.
이사를 하고  새 보금자리에 들어가 몸을 뉘었다.
여기저기 옹색한 살림살이가
다 젖었으나
애써 괘의치 않으면서
노곤한 삭신을 누이고 잠을 청하는
둘째 날 밤.
내내 보슬비가 새벽까지 왔다.































Total 2

  • 2023-01-25 14:58

    '오메 여기를 올라오는 사람들은 얼매나
    심들까이~'... 하신 그 눈덮인 스위치백(21개?)을 수없이 돌며 올라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래도 너무나 아름다웠던 JMT....
    풍경과 상황이 보이는 듯한 귀한 기록,
    감사합니다.


  • 2023-01-25 21:01

    그 와중에도 view 제일 좋은 쪽에 창을 내고
    드러누워 마스크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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