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산에서 내려와서 하는 이야기산행 후기 전편 (2010- 2018)

0210 Mt. Baldy 사태 / 위험한 외출

Author
진선미 진선미
Date
2019-02-11 12:56
Views
1164


아래는 무타의 Mt. Baldy 12시간 체재 기록입니다. (2/1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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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온다. 자전거 골프 모두 마땅치 않다. 그렇잖아도 지난 주 내린 비로 멀리 눈(雪)산들이 내 눈을 잡아끄는 참이었는데 어제 다녀 온 Baldy 팀 사진이 불을 지른다.  오늘은 일요일.  비는 내리고 할 일도 없는데 마침 잘됐다.  발디 가자!


시간을 보니 이미 8시.  빠르게 짐을 싼다. 메모가 있지만 그냥 눈대중으로 척척 집어넣는다. 차로 가면서 생각해보니 역시나 빠진 것이 많다. 헬멧 헤드렌턴 컵 물 GPS시계...

항상 한 두 가지 빠지는데 오늘은 심했다. 늙어서...가 아니라 스노우체인 챙긴다는데 생각을 집중하다가 그리된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그래도 배낭있고 크램폰 등산화 있으니 그만하면 됐다. 어찌어찌 갈 수는 있지 않겠는가.

산동네에 접어드니 날씨가 맑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피자집 지나자마자 차가 쫘아악 밀린다. 패트롤이 차를 일일이 세우고 스노우체인 있는지를 확인한다. 아이스하우스 캐년 쪽은 이미 북적북적하다. 발디로 틀어서 1마일 지점부터는 차들이 못 올라간다.  스노우체인을 채우자니 좀 헐겁다. 간신히 끼우고 출발하자마자 헐, 한 쪽이 빠져버린다.  그대로 발디 주차장에 도착해서 스노우체인을 마저 달아놓고 짐을 꾸린다. 소방도로 들어서니 11시11분. 여기까지 3시간이 걸린 셈이다.  할 수 없다. 오늘은 스키헛까지만 가리라.

사방 천지가 눈이다.  눈도 눈이지만 두터운 것이 폭신폭신 예사롭지가 않다. 소방도로에  스노우보드나 스키 타고 내려오는 이들에다가  fat 타이어 자전거 타고 오는 이까지 보인다.  각양각색으로 내려오는 폼이 과연 볼 만하다. 발디 폭포는 안개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대신에 처음 보는 블도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언제 이런 차가 여기? 하여간에 오늘 처음 보는 광경이 많으니 좋다.트레일 헤드에서 크램폰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한다.  차분차분 올라가다가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정상 찍고 내려 온다는 그룹을 만났다. 부지런도 하거니와 이런 눈산행을  6시간 30분 만에 마치다니 대단하다!

진눈깨비가 오락가락 한다. 시야가 안좋다. 그나마 가까운 나무들이 선사하는 아름다고 경이로운 풍경에 감사할 일이다.  정상에서나 볼 수 있는 경관을 이렇게 낮은 지점에서 보여주는 그들.그런데 제법 큰 덩치 나무가 턱 하니 길을 막고 있다. 모진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발목이 꺾여진채로 상처를 다 드러내고 가로누워 있다. 벌려진 틈으로 지나서  크램폰을 장착한다.  뜨거운 차도 한 잔하니 여유도 생기고 한결 낫다.  여기저기 트레일은 어디로 가고 직벽을 타게끔 돼 있다. 새 길들이 많이 생겼다.

돌아올 때를 위해서 참고포인트를 열심히 머리에 새기며 오르자니 멀리 사람 소리가 들린다. 뭐지?  헉, 스노우보드랑 스키를 탄 무리가 머리 위로 제 길을 만들며 내려 오는 중이다.  사슴 떼라도 만난 기분이다. 휙- 순간에 그들이 지나가고 잠깐 가파르다 싶더니 멀리 그린 지붕이 보인다. 반갑다. 그런데 이번에는 늘 하던 옆구리 입장이 아니다.  계곡 직벽 타고 스키헛 정문으로 곧장 향한다.그런데 이게 누구? 누가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같이 자전거 타던 친구인데 어제 여기에서 하룻밤 자고 청소 정리하고 내려가는 길이란다. 어제 진선미가 하산하면서  스키헛에서 잘 거라며 올라가는 한국 분들을 만났다고 하더니 이 분들이었나 보다.  그런데 이들이 문 잠그고 하산하는 바람에 스키헛에서 점심은 커녕은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말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스키헛 벽을 의지하지 않고는 서 있을 수가 없다. 도시락 먹을 정신도 없이 겨우 차 한 잔 하고 서둘러 하산 하기로 한다. 사진 찍는다고 장갑을 벗었더니 손이 너무 시럽고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안개가 자욱하고  바람은 불어도 너무 분다.

몇 시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한 걸음에 우리 산악회 '사과' 쉼터까지 왔다. 간신히 고구마랑 간식을 꺼내 먹고 숨 좀 돌리고 한 달음에 주차장에 도착하니 3시 10분.차 있는 데까지 크램폰을 벗지 않고 오기는 처음이다. 서둘러 하산하기를 잘했다고  자찬을 하면서 차 안에서 이것 저것 편하게 요기를 한다. 어차피 모든 차가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다.  아마 밑에서 사고가 났는가 싶다.그래도 이거는 너무하다. 도대체 뭔 일인가. 차 안에서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이 8시 20분.  여태 5시간 동안 차가 꼼짝을 못하고 있다.  집에서 진선미가 걱정할텐데 와이파이 안되니 알릴 길은 없고 밖은  진즉부터 깜깜하다. 과연 오늘 안으로 내려 갈 수 있을러나.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다 하고 산행후기를 쓰고도 시간이 남아 돈다.  사실 아까 5시를 기점으로 차를 놔두고 그냥 걸어서 내려갈까를 고려 안한 건 아니다. 하지만 피자집에서 히치하이킹해서 내려가는 것고 그렇고 나중에 차를 다시 가지러  와야하는 것도 그래서 생각을 접었다.  기약없이 기다리면서 따져보니 그나마 이 형편이  아주  나쁜 건 아니다.  개스 꽉꽉 채워 주고 먹을 것 푸짐하게 챙겨준 진선미가 새삼 고맙고 감사하다.  평소 나라면 기름도 간당간당할 거고 그러면 보일러도 못 틀어 추을거고 숫기도 없으니 먹을 것  못 얻어서  허기질 거고 암튼 애타고 더 불쌍했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미국 시스템이 실망스럽다.  내 눈 산행 욕심이 넘 과했나, 반성도 좀 하면서 일생에 한번 정도라면  무용담 삼아 이것도 괜찮다 스스로 다독이며 시간을 견딘다. 밤은 점점 깊어가지만 다행히 바람은 없고 진눈깨비도 잦아들었다.

지금 시각 9시.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6시간 차안 연금이 풀린 순간이다.  9시12분에 주차장 두 갈래 길에 합류.  앞에는 경찰 경광등이 번쩍인다. 일일이 차를 세우고 올라오는 차는 없으니 차선을 넓게 쓰면서  no 기어(중립)로  앞차 따라 가라고 어드바이스 준다. 달팽이 걸음일지라도 앞에 차들이 움직인다.  천만다행이다.빙판 커브 길을 살금살금 내려와 참새 방앗간 피자집 도착하니 11시 10분. 뭐가 잘못되었는가 내내 차를 때려대던 스노우체인을 치우니 겨우 한시름 놓아진다. 이제 무사하다고 진선미에게 알리기만 하면 안심이다.

전화가 겨우 터진 것이 2차 집결지까지 3마일 남은 지점. 카톡을  확인하니 아래에 있다고한다.  얼핏 보고 아 다들 같이 식사하나 보다, 했다. 통화해보니 아뿔싸. 지인 몇 분과 퍄듀 길가에서 지금껏 기다리는 중이란다.

옴마야...무슨 일을 크게 벌렸나 참! 이제부터는 없던 미안함이 생기면서 갑자기 죽을 죄를 진 기분이다. 혼자 가서 밤이 되도록 연락도 없으니 여차하면 조난 신고라도 할 태세였나보다. 이런 미안할 데가 있나. 야밤에 애타며 기다리신 여러 분에게 죄스럽기만 하다.

산행을 혼자 가다보니 온 동네 시끄럽게 이런 일이 생긴 거다. 연락이 안되니 경찰에 전화도 해 보고 내려오는 이들 붙잡고 물어도 보고 했다고 한다. 도로 사정을 듣기는 들었지만 혹시나 하고 다들 걱정을 하셨다 한다.차가 6시간을 꼼짝을 못하고 서 있자니 어느 바퀴에는 고드름이 얼었고 옆에서는 큰 눈사람도 금방 만든다. 나는 나대로 다운 받은 음악도 듣고 산행후기도 쓰고 하면서 나름 잘 있었는데 아래 사람들은 그 사정을 알 턱이 있나.  걱정과 기도로 온 저녁을 보낸 셈이다. 입장 바꿔서 이들을 만나서야 도로 막힌 사연을 들었다.  rockslide에다가  차  사고가 있어서 막고 치우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보통 때 10분이면 될 것을 8시간이나 걸리다니.

혼산행 때문에 걱정을 끼쳐서 죄송하고 나를 위해 응급구조 5분대기조 하셨던 지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올린다.

길 주차장에서 긴 하루 보내고 자정 넘어 집에 돌아와 잘 잤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 글 마무리 한다. 하루하루가 대본 없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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