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산에서 내려와서 하는 이야기산행 후기 전편 (2010- 2018)

무타와 함께 발디(직벽) 오르기

Author
진선미 진선미
Date
2019-02-26 19:14
Views
1043


다음은 무타의 Baldy 산행후기 입니다~~♡

~~~~~~~~~~~~~~~~~~~~~~~~~~

'그린'의  2월 마지막 산행 날.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이겠지만 발디와 주변 산에 이렇게 많은 눈을 보기는 처음이지 싶다.  나무들은 두 터널 밑에까지 내려온 흰 눈을  배경으로 하늘 향해 쭉쭉 푸른 자태를 뽐내고 서 있다. 눈을 치우느라 수고한  흔적들이 길 양 옆으로 쌓여있고 바닥에서는 모래가 풀풀 황토색 먼지를 일으킨다.


주차장 도착하니 8시. 바닥이 밤새 얼어서 미끄럽다. 덕분에 누구는 엉덩방아로 아침 문안을 하고  몇 이는 여기서부터 아예 크램폰으로 무장을 한다.  11명, 출발 준비 완료.



이렇게 날씨가 좋을 수 있는가. 바람이라고는 한 점 없고 주변 경관이 비 갠 후처럼 선명하다. 친절한 날씨 탓에 반팔 반바지 차림도 보인다.

앞에 와사비 선배님이 소방도로를 벗어나 웃 길로 올라가신다. 진선미는 외투를 벗느라 멈춘다.  옆에 서서 기다릴까 주저하다가 뒤에 팀 올 때까지 기다리자면 마냥 늦어질 거 같아서 나 먼저 출발하기로 한다.



부러진 소나무 틈새를 넙죽 절로 통과하니 앞에 루루님이 부지런히 가고 계신다. 그래도 내가 입회 선배라고, '누가 내 앞을 가든 뒤를 가든 자기 페이스로 걸으시라' 하면서 ' 오르실 때 주변을 잘 봐둬서 내려 오실 때 참고점으로 삼으시라'고 팁을 드린다. '주변 경관도 즐기시면서 걸으시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앞에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등짐으로 진 분들이 많이 보인다. 참 체력도 좋다. 왠 걸, 어떤 이는 크로스 컨추리로 아예 스키를 신고서 산을 오른다.  힘든만큼 희열의 깊이가 깊겠지, 싶다.



그린하우스 가까이 가니 수지 선배님이 지척에 가고 계신다. 저번에는 트레일 웃 길로 해서 정면으로 들어 갔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도 위에, 스노우보드 타는 이들이 내놓은 길로 잡아돌아 녹색지붕으로 간다. 아, 눈 덕분에 이런 각도에서도 보게 되는구나 싶어 폰에 한 컷을 담는다.



10시 19분. 물론 오늘은 직벽으로 간다. 눈의 질이 솜사탕처럼 포근하다. 위로 개미떼처럼 줄지어 오르는 이들이 보이고 심지어 그 경사면을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이도 있다. 안전하겠다는 판단이 선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와 먼저 와서 길을 내 놓은 모든 이에게 감사하며 한 발 두 발, 한 시간을 꼬박 오르니 양쪽으로 바위를 낀 가파른 경사 지점이다.  위험 구간이지만 오늘만큼은  눈도 많고 얼지도 않아서 여기도 무사 통과다.



마지막을 가파르게 오르다가 눈꽃으로  범벅인 바위를 지나 올라서니 11시 40분.  그런데 여기가 어딘고??  둘러보니 '그린' 점심 먹는 지점도 훌쩍 지나서 피크까지  0. 2마일 지점이다.

경사면을 통과해서 무조건 위로 위로 오르자니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바람이  15마일 정도로 불면서 곳곳이 얼어 있다. 피크 역시 얼음장에다 바람 마저  씽씽 분다.

12시.  추워서 다들 머물지 못했는지 겨우 한 사람 있다. 나도 얼른 인증사진 찍고 내려가야겠다.  그래도 시야가 좋아서 멀리 카타리나 아일랜드까지는 보인다. 풍광 놔두고 서둘러 가기가 아까워서 비디오에라도 담아본다.



자 어디에 자리를 잡는담?  아래 점심 자리 여기도 바람이 꽤 있다. 바람을  피해서  소나무 그룹이 있는 데를 찾아 부엌을 차린다. 집에서 나올 때  탕 2인분은 내가, 2인분 밥은 진선미가 담았었다.  밥이 없으니 탕이 무용지물이다. 다행이다. 라면은 있다. 산에까지 가서 몸에 좋지 않는 라면을 먹냐는 핀잔을 들으며 내가 우겨서 챙긴 그 라면!




우선 추워서 녹차부터 뜨뜻하게 한 잔 하면서 언제 올 지 모를 산우들을 기다린다.  라면을 끓여 반찬없이 한 그릇 뚝딱. 다시 믹스 커피까지 한 사발. 웽? 그래도 인기척이 없다.



오늘 따라 무전기를 빠뜨리다니!  뭔가 하나는 빠뜨리고야 마는 이 나이먹음을  탓하며 직벽으로 하산해서 그린하우스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눈도 상태가 좋으니 미끄럼 원 없이 타고 내려가 보리라 마음 먹고 100미터 다시 올라 갔을까?  눈에 익은 옷차림이 보인다. " 라이언님 아니세요??"



헉,  맞다! 직벽으로는 혼자 오셨고 다른 이들은 새들로 갔다고 하신다.  "아 그래요, 그럼 알겠습니다.  천천히 내려 오시고 저는 먼저 가서 아직 식사 안하시고 오신다는 소식을 알릴게요" 하고는 새들을 향해 하산.

수직에 수직으로만 길 잡아 내려가니  우리 식구들이 길목 눈밭에 멍석을 깔고 식사 중이다. 반갑고만! 두 분은 아래 그린 하우스 쪽에서, 여덟 명은 새들에서 우리 둘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다. 에고...정겹고 고마운 '그린' 산우들!

(오늘은 여기까지만)


Total 1

  • 2019-02-27 07:35

    멋진사진과 알찬내용에 시간할애해주셔서 고맙습니다.함께공유 해주셔서 좋은 정보와 지식이 됩니다.복많이 받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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