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산에서 내려와서 하는 이야기산행 후기 전편 (2010- 2018)

Ryan님, 비바람속 Baldy 눈산행 감행記錄

Author
진선미진선미
Date
2019-02-04 05:34
Views
1119



Ryan님, Baldy 산행 후기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비 오는 토욜 아침. 카톡을 보니 산행취소가 올라 와 있네.. 어쩌나 나도 취소해? 그래도 아침에 취소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가서 보고 사람 없으면 그때 돌아오자' 맘 먹고 빗속을 뚫고 램버트에 도착.소피아님이 나오고 뒤 따라 빅베어님이 나타났나 했더니.. 오늘 불참 통보.. 어쩌나........2차집결지로 가자는 소피님.


굵어지는 빗속을 다시 달려 5분 여를 기다리자 꽃님, 그리고 수지님과 친구분이 짜안 하고 나타나신다. 에구구 용감하고 센.. 그린의 여성분들. 덕분에  꽃속에서 빗 속에서 바람 속에서 등산하겠네..ㅎㅎㅎ

7시 반 준비를 하고 출발하려던 참, 옆에서 지나가던 한국 분 왈 "이런 날에 등산하는 건 미친 짓이야". 들으라고 주절거리며 내려가지만 그깟 용기 없는 사람들과 그린의 센 여성 분들이 같을 수가 있남..

다시 갈림길. 다른 한국 분들이 소방도로를 선택했지만 꽃님의 선택을 따라 스키헛으로 올라간다. 비는 오지요, 바람은 덮어 쓴 우비를 날리지, 앞은 안보이지, 구름안개는 밑으로 내려와 사방은 어둑한데 말 없이 길 따라가는 센 여성분들. 같이 온 친구 분이 얼마나 잘 걷는지 눈 앞에서 사라지고, 수지님도 따라 보내고 셋이서 말 없이 걷는다.

시작부터 조짐이 안좋더니 겨울 바지가 방수가 되지 않아 얼마 안가서 신발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말도 못하고 속으로 방수바지 선택 안한걸 두고두고 후회하며... 아  발 시린 경험을 얻는다.  질벅거리며 비척거리며 거센 바람과 비와 진눈깨비와 빙수 녹은 물 같은 길을 걷다보니 드뎌 스키헛..

스키헛 안에는 30명 쯤이 들어 차서 왁자지끌.. 한국사람이 반 이상. 아마도.. 역시 산 사랑은 한국인.  옷도 말리고 수지님 갖고 오신 빵으로 연명? 김밥은 내놓지도 못하고. ㅋㅋ





말린 대추, 소피님.  걸루 때우고 난로 옆에 붙어 앉아 얼린 볼을 녹이고 있을 즈음. 더욱 세찬 폭풍이 몰아친다. 창 밖은 영화로 보던 시베리아 같다. 수지님  친구 분이 일찌 와서 바위평전까지 진출했으나 몸이 휘청거려 되돌아 왔다는?  무용담으로 아예 포기를 하고 그래도 꽃님은  조금 더 갔으면 하더라구요.. 어마무시.. ..ㅎㄷㄷ...오후 들면 바람이 더 세진다길래 서둘러 하산키로 하고 인증사진 한 장.



기실 넘 춥고 배 고프고 바람 불고 비 오고 진눈깨비에다가. 장갑 두 개나 꼈는데 물투성이라 짜면 물이 주르르... 흘러 손 시려서 사진 찍을 엄두가 나질 않았지만 '사진 없으면 인증 안됨', 했기 땜에 한장으로 만족. 하산 합니다.

볼때기에 때리는 싸라기같은 얼음조각들. 올라올 때의 그 고통을 다시 안고 6000ft 아래로 내려오자 그나마 숨이 좀 쉬어진다. 내려올 땐 내가 꼴찌. 손은 시리지, 신발 아니 허리 아래 부분은 완전히 물에 젖어있는 상태. 약간씩 체온이 떨어지는 걸 느끼며 아.. 이게 오래 되면 저체온이 되겠구나.. 손끝도 얼고. 신발은 아예 물로 가득하고..

그렇게 비싼 경험을 얻고 드뎌 주차장.. 차에 짐을 싣자마자 수지님 차 키를 잃어버렸다고, 아마도 스키헛에 떨어트린 것 같다고.. 아뿔사. 지금 올라갈 수도 없고..2시 쯤 되었는데.. 어쩌나 나도 보온병을 스키헛에 두고 왔는데...내일 다시 올라 가기로 맘을 먹은 수지님을 위로하며...조용필 노래를 틀자 수지님 왈 . "어쩜 노래가 내 맘 같이 서글프냐".  그 바람에 차 안에 웃음이 가득.. ㅋㅋ

꽃님은 집에 가고 수지님도 가고 소피님도 가고히터를 잔뜩 올려 놓고 집으로 향하지만 자꾸 떨어지는 체온 ..... 아 따뜻한 목욕탕이 그리워. ....넘나 그리워......오늘 안가신 분들 행복하셨겠다....담 부턴 이런 날엔 일찍 취소 공고를 내 줬으면 나도 행복했을 터인데...그래도 가도 행복! 안가도 행복이였음이라!



Total 1

  • 2019-02-04 06:14

    영화 한 편 본 듯 합니다. 박진감 넘치는 생생한 기록 덕분에 현장에 같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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